우리의 명절과 민족 문화

중화절(中和節)과 머슴날(음 2월 1일)

중화절(中和節)

농사철의 시작을 기념하는 음력 2월 1일을 조선조 궁중에서 일컫던 이름이다. 중화(中和)란 중용(中庸)과 같은 말로서, 《중용》에 의하면 만물은 중화에서 자라난다고 하여 농사를 시작하는 날을 중화절로 부르게 되었다.

중화척(中和尺) - 중국의 풍습이었으나 조선 정조 20년(1796) 음력 2월 1일에 처음으로 임금이 공경(公卿)과 근신(近臣)들에게 잔치를 베풀고 중화척(中和尺)을 나누어 줌으로써 중화절이 비롯되었다. 중화척은은 반죽(班竹)이나 이깔나무와 같은 적목(赤木)으로 만든 자인데, 바느질자보다 조금 짧다. 정조는 이 중화척을 나누어주면서 "자를 중화절에 나누어주는 것은 신하들에 대한 국왕의 신임을 상징하는 것이니 신하들은 능력을 다하여 나를 잘 보좌해달라."는 내용의 시를 지었다.

민간에서는 이날부터 농사가 시작된다고 해서 노비일(머슴날)이라 하여 일꾼들을 잘 먹였다.

머슴날(奴婢日)

음력 2월 1일. 농가에서 머슴들의 수고를 위로해주기 위해서 음식을 대접하며 즐기도록 하는 날. 노비일(奴婢日)·일꾼날이라고도 한다.

가을 추수 끝난 뒤로 쉬었으나 이제 2월에 들면서 본격적인 농사철이 되므로 고된 농사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돈을 주어 쓰도록 하며, 음식과 술을 푸짐하게 한턱 내며 하루를 즐겁게 쉬게 해 준다. 이러한 의식은 일꾼들에게 용기와 위로를 주는 농경의례의 하나이다.

[볏가릿대 풍속]과 나이떡 -《경도잡지(京都雜誌)》에 의하면, 정월 대보름에 세웠던 볏가릿대를 내려서 그 속에 넣었던 곡식으로 송편 등의 떡을 만들어 머슴들로 하여금 먹게 했다 한다. 머슴들이 이 떡을 나이 수대로 먹으면 좋다고 하며, 이날은 머슴들끼리 모여 풍물을 치며 노래와 춤으로 즐겼다. 영호남 지방에는 지금도 볏가릿대 풍속과 머슴날 풍속들이 있다.

또한 충청경기지방에서는 이날 송편을 나이떡이라 해서 나이 수대로 먹는 민속이 전승되는 곳들이 있다.

대청소와 성인식 - 2월 1일에 대청소한다. 내외를 말끔하게 치우고 닦으며 외양간, 헛간도 청소한다. 벌레가 살지 못하도록 정성껏 청소한다. 경상도 지방에서는 이 날이 바로 성인식의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당년 20세가 되는 청년들은 이날 동네 어른과 일꾼들에게 술과 음식을 한턱 내며 비로소 성인 취급을 받고 술 대접받으면서 그해부터 어른들과 같이 품앗이할 수 있게 된다. 두레가 났을 때 이러한 성인식을 하는 수도 있다.

콩볶이 - 음2월 1일 콩 볶는다. 솥에 볶으면서 "새알 볶아라, 쥐알 볶아라, 콩알 볶아라."주문(呪文)한다. 콩 볶아 먹으면 노래기가 없어진다고 한다. 콩 볶아 먹는 일로 풍, 흉년을 점쳐 보기도 한다. 콩과 보리를 섞어 한 되가 되게 볶은 뒤에 볶은 것이 한 되가 넘으면 풍년이 들 징조이다. - [상자일]참조

영등굿(풍신제(風神祭)) - 하늘의 외눈박이 섬에 사는 영등 할망이 2월 1일에 지상에 내려왔다가 보름날에 승천한다. 영등 할망이 하강할 때 딸이나 며느리를 동반하는 데 딸이 오는 해는 무사하지만 며느리가 오는 해는 여러 가지 풍파가 일어난다. 2월 1일 아침 일찍 세 바가지에 맑은 물을 떠서 장독대, 광, 부엌에 올리면서 소원을 빈다. 그래야 집안이 다 편안하다. 특히 제주도에서는 어부와 해녀의 풍요를 비는 마을 당굿을 영등굿이라하여 오늘날에도 거행하고 있다. 할머니가 머무는 동안에는 바다에 바람이 크게 일기 때문에 그 기간엔 배를 띄우지 않으며 빨래를 해서 풀을 먹이면 집안에 구더기 생기기 때문에 빨래를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