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사성(孟思誠/1360~1438)

고려 말 조선 초의 청백리 명재상이신 맹사성의 본관은 신창(新昌). 자는 자명(自明). 호는 고불(古佛)·동포(東浦). 시호는 문정(文貞)이다. 온양(溫陽) 출생으로 1386년(우왕 12) 문과에 급제하여 예문춘추관 검열(檢閱)을 거쳐 전의승(典儀丞)·기거사인(起居舍人)·우헌납(右獻納) 등을 역임하였다.

조선시대에 이르러 한성부윤, 대사헌, 예조판서, 호조(戶曹)·공조(工曹)를 거쳐 19년(세종 1) 이조판서로 예문관 대제학을 겸하였다. 27년 우의정에 올랐다. 29년 궤장(杖)을 하사받고, 이듬해 《태종실록(太宗實錄)》을 감수, 31년 좌의정이 되고 다시 춘추관영사(春秋館領事)를 겸임, 《팔도지리지(八道地理志)》를 찬진(撰進)하고 35년 노령으로 사임하였다.

황회(黃喜)와 함께 조선 전기의 문화 창달에 크게 기여했고, 성품이 청백검소하여 남루한 행색으로 수령(守令)의 야유를 받았는데, 도망하던 수령이 관인(官印)을 못에 빠뜨려 후에 그 못을 인침연(印沈淵)이라 불렀다는 일화도 있다.

또한 고불(古佛)이라는 호는 고불심(古佛心)이라는 말에서 비롯되었다. 고불심이란 순수하고 참된 도인의 마음을 가리키는 말로써 노자가 소를 타고 속세를 떠난 것에서 유래되는데 맹사성이 소를 타고 다니는 풍류를 즐긴 까닭이다. 맹사성의 스승 권근도 '소를 타는 것은 더디고자 함이다.'하여 최고의 풍류로 예찬하고 있는 것을 보면 맹사성의 소 타기는 고불심의 발로가 틀림없다. 곧, 욕심을 버리고 참된 마음을 갖고자 함을 좌우명으로 삼기 위해 그는 호를 스스로 고불(古佛)이라고 한 것이다.

또한 맹사성은 무엇보다 효자였다. 그의 효행은 아버지의 효행과 함께 나란히 삼강행실도에 실릴 정도였다. 맹사성이 예조 판서로 있을 때 부친의 병구완을 위해 사직을 청한 적이 있는데, 태종이 허락하지 않았지만 나중에 충청도 관찰사로 발령, 온양 가까이에서 근무할 수 있게 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3년간 정성으로 묘를 지켰으며 그의 효심은 효자비에 새겨져 오늘까지 전해지고 있다.

고불 맹사성은 또한 음률(音律)에도 밝아 향악(鄕樂)을 정리하고 악기연주에 매우 능했다. 유명한 음악가 박연을 등용한 것도 고불인 것으로 보이며, 반대파들로부터 박연을 감싸준 것도 고불이었다. 박연이 중심음을 잡고 음악 전반에 걸쳐 개혁을 추진할 때도 그 핵심은 세종-고불-박연이었다. 그는 옥저라 불리우는 피리를 참 잘 불었다 한다. 그의 옥피리는 충남 아산시 배방면 중리에 있는 맹씨 행단에 보관되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그는 시문(詩文)에도 능하여 작품으로 《강호사시가(江湖四時歌)》가 전해지고 있다. 청렴한 정치가이면서도 멋과 풍류를 아는 도인이면서 예술인이었던 맹사성은 그야말로 전인적(全人的) 가치를 지닌 최고의 멋쟁이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