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런 선조들

1999년 4월 과학의 달 기념, 문화인물

조선후기 과학사상가이자 실학자인
최한기(崔漢綺, 1803∼1877) 선생

  • 문화관광부는 과학의 달을 맞아 평생을 우리나라 과학 발전을 위해 헌신한 조선후기 과학사상가이자 실학자인 최한기(崔漢綺, 1803∼1877) 선생을 4월의 문화인물로 선정하였다.
  • 최한기 선생은 1830년대에서 1860년대 까지 30여년 동안 수많은 책을 써서 서양 과학 기술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를 국내에 소개하는데 진력한 개화기 직전의 계몽주의 사상가이며 실학자이다. 본관 삭녕(朔寧)이며 자는 운로(芸老). 호는 혜강(惠崗), 패동(浿東)이며, 당호(堂號)로는 명남루(明南樓), 기화당(氣和堂)등이 알려져 있다.
  • 선생은 어려서 종숙 최광현(崔光鉉)의 양자로 들어가 살았고 1825년에 진사시험에 급제한 일이 있으나 관직에는 나가지 않았으며, 가세가 넉넉한 양부의 덕택으로 중국에서 발행한 책들을 수입하여 이를 바탕으로 연구하고 글을 쓰는데 평생을 보냈다.

경험론과 논리실증주의

  • 지리학자 김정호(金正浩)와 교분이 두터웠으며, 수많은 저작을 통해 경험주의적 인식론(認識論)을 확립하여 그 전까지의 일체의 선험적(先驗的) 이론이나 성리학적 세계관·학설을 배격하고 사물을 수학적·실증적으로 파악할 것을 주장, 한국 사상사에 근대적 합리주의를 싹트게 했다. 우리가 잘알고 있는 맹자의 4단-인의예지-까지도 인간이 경험하면서 얻어지는 습성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였다. 이런 기초 위에서 진보적 역사관을 수립하고 현실문제를 비판하며 과감한 개혁을 부르짖었으며, 외국과의 대등한 교류를 주장하는 등 실학파 학자들의 전통을 계승하여, 뒤이어 등장하는 개화사상가들의 선구가 되었다.

지동설

  • 또한 선생은 1857년에 쓴 <지구전요(地球典要)>를 통하여 세계 각국의 지리, 역사, 학문 등을 비롯 지구의 자전과 공전을 내세워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온전하게 전해 준 인물이다. 1543년 이미 서양에서는 폴란드의 코페르니쿠스가 지구의 자전과 공전을 주장하는 책을 써서 지동설을 확립하였고 1632년에는 갈릴레이는 교황청의 재판을 받으면서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하였지만 동양에서의 지동설은 그다지 관심도 없었으며 다만 가벼운 호기심에 지나지 않았다. 1760년대에 이미 실학자 홍대용(1731-1783)이 동양에서는 처음으로 지구 자전설을 주장한 바 있지만 이는 단순히 이야기꺼리에 불과하였다. 왜냐하면 동양의 지배적 사상체계인 유교는 서양의 기독교과는 달리 자전설과 지동설을 별로 중요하게 여겨지 않았기 때문이다.

천문학과 달력

  • 그외 선생의 업적을 살펴보면 , 1866년에 지은 <신기천험(身機踐驗)>에서는 당시 서양의 의학지식과 약학내용을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하였으며 1867년에 쓴 <성기운화(星氣運化)>에서는 영국의 유명한 천문학자 허셀(Herschel, W.)의 책을 번역본으로부터 번안하여 서양의 천문학을 소개하였으며, 또한, 서양의 양력과 중국의 역법을 소개한 <추측록(推測錄>을 비롯 종합농업기술서인 <농정회요(農政會要)>, 농업기계에 관한 도해서인 <심기도설(心器圖說)> 등 과학 분야의 방대한 책들을 저술한 학문적 업적을 남겼다.
    당시 쇄국정책의 어려운 여건속에서 이와 같이 서양과학을 소개한 선생은 독창적인 학자, 뛰어난 선각자라고 불리어지고 있으며 저술자료중 현재 남아있는 과학기술서들은 우리나라 과학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 선생이 생애 번역하거나 지은 책이 무려 1천여권이라고 기록되어 전해지고 있으나, 현재 남아있는 책은 20여종 120여권으로 이들은 <명남루전집(明南樓全集)> 3책으로 영인본이 나와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