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학자, 반계 유형원 - 반계수록의 저자

조선 후기의 실학자. 자는 덕부(德夫), 호는 반계(磻溪). 본관은 문화(文化). 서울 태생. 재능이 출중하여 21세에 이미 《백경사잠(百警四箴)》을 지었다. 일체의 관직을 사퇴하고 오직 향리의 농민들을 지도하고 그들의 구휼(救恤)에 전념하였다. 당시 임진왜란· 병자호란 후의 어려운 국정을 회복하고자 《반계수록(磻溪隨錄)》을 저술하여 세론을 일깨웠다. 호조참의· 찬선(贊善)에 추증되었고, 부안 동림서원(東林書院)에 배향되었다.

이는 다분히 사전적인 의미에 갇혀 있는 유형원의 삶이다. 이것으로 유형원을 말하는 것은 차라리 말하지 않는 것 보다 못할지도 모른다.

유형원이 살았던 17세기 당시 서양은 데카르트가 근대 학문의 방법론을 제시하며 근대 사상의 여명을 열고, 과학의 혁명기를 맞아 사람들은 목적론적 세계관에서 기계론적 세계관으로 의식의 대전환을 이루던 시기였다. 이것은 바로 기술로서의 지식이 확립된 것에 따른 것이며 사람들의 생활은 밑뿌리에서부터 변화되는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또한 네덜란드인 하멜이 제주도를 찾아온 때이기도 하다. 한편 우리나라 조선은 임진왜란, 정유재란, 병자호란 등으로 백성들의 살림은 형편없이 궁핍해져 있었고 관료들은 이전(泥田)에서 소위 점잖게 말하여 당쟁이라는 밥그릇 싸움으로 시기를 허송하던 때였다.

이러한 때에 양반 귀족 지식인, 유형원은 유랑과 고민으로 살다가 결국 백성들의 삶 속으로 들어간다.
1653년 서른 두 살의 유형원은 벼슬을 뿌리치고 전북 부안 우반동(愚磻洞)로 이사를 간다. 그의 호 반계(磻溪)는 그 동리 이름에서 나왔다. 한 지식인의 귀농(歸農)은 시대의 어려움을 저버린 비굴함인가? 아님, 더러운 정치 세계에 대한 조용하면서 극단적인 비판과 저항인가?

그러나 그에게 있어서의 귀농은 민초(民草)들의 삶 속에서 어려운 현실을 직시하면서 사회를 개혁할 필생의 대작인 '수록(隨錄)'의 집필을 위한 대반전이었다. 그는 부안으로 갈 때 전적(典籍) 1만여권을 가지고 갔다.
오직 [반계수록(磻溪隨錄)]의 집필을 위하여.......... 그렇게하여 18년 후인 1670년에 26권의 집필은 완성된다. 오직 [반계수록]을 위하여 삶을 소진(消盡)한 듯, 그로부터 3년 뒤 52세로 유형원은 세상을 뜬다.

가벼운 일상의 삶과 생각을 적어나가는 수필(隨筆)처럼 반계선생의 [수록]은 다만 겸양된 표현이지 사실상 정치,경제,군사,정부 등 국가 전체에 대한 총체적인 개혁안이다. 제도에 대한 폐단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함에 역대 문헌과 사상가의 견해를 자세히 고증하고 현실에 근거한 실사구시(實事求是)의 방법론과 개혁 사상은 가히 실학의 아버지라 칭할 만하다.

[반계수록]에 나타난 그의 사상적 특징은 부강한 나라, 부유한 백성을 지향하면서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에따라 토지는 국가가 공유하고 농민들에게 일정량의 경지를 나누어주는 균전제를 실시하자는 것이다. 그밖에 병농일치의 군사제도를 강조하였다. 또한 과거제의 폐지, 관료제의 개선 등을 주장하였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실제로 실행되지는 못하였으나, 당시 재야 지식인들의 이상론이 되었으며, 후학자 이익(유형원의 외삼촌 이원진-하멜 표류당시 제주목사-의 당질)과 안정복 등으로 이어진 실학에 큰 영향을 주었고 뒤에 정약용 등에게까지 미쳐 실학이 집대성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의 사회·국가부패에 대한 개혁사상과 국민에 대한 사랑의 넋은 오늘날까지도 살아 숨쉬며 우리들로 하여금 반성과 실천의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