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문화 인물 한석봉 韓石峯, 중종38-선조38(1543-1605)

의 묘갈(墓碣)에 의하면, "송도(松都)에서 났으며, 점(占)보는 사람이 말하기를 '옥토끼가 동쪽에 났으니 낙양(洛陽)의 종이 값이 높아지리라. 이 아이는 반드시 글씨를 잘 써서 이름이 날 것이다.'라고 하였다. 자라면서 글씨 쓰기에 힘썼고, 꿈에 왕희지(王羲之)에게서 글씨를 받아, 이로부터 마음속으로 자부(自負)하고 법첩(法帖)을 대할 때마다 신(神)의 돕는 것 같아 마침내 해서(楷書), 행서(行書), 초서(草書)에 그 묘를 다하지 아니함이 없었다."고 하였다.

그의 글은 조선초기부터 성행하던 조맹부(趙孟부)의 서체를 따르지 않고 왕희지를 배웠다. 그러나 그가 배운 것은 진위(眞僞)가 문제되는 악의론, 동방삭찬, 황정경 등의 소해(小楷)에서 시작하였기 때문에 오히려 조맹부의 서체법보다 뒤떨어져서 진(晉), 당(唐)나라 사람의 높고 굳센 기운(氣韻)이 모자라는 저속한 구렁으로 떨어졌다. 또한, 한미(寒微, 보잘 것 없는)한 출신으로 오랫동안 사자관으로 있었기 때문에 예술적인 천분을 발휘하지 못하고 틀에 맞추려는 노력이 앞섰다. 그러나 워낙 많이 썼으므로, 공(工, 기예)과 힘(筆力)이 산을 무너뜨리고 바다를 뒤엎는다 하여도 동기창(董其昌)에게 미치지 못하니, 이러한 경지는 알지 못하는 자들과는 더불어 말할 수 없다고 추사 김정희(金正喜)는 말하였다. 이로부터 국가의 문서를 다루는 사자관(寫字官)의 특유한 서체가 창출될 만큼 그의 영향은 컸으며 또 이로부터 사자관 제도가 이루어졌다. 가까이 고양의 행주산성에 있는 권율장군 행주대첩비 전면(前面)과 과천에 있는 유용의 비(碑), 허초당엽묘표음, 포천의 이판서 몽량비, 남양의 홍영상섬비, 용인의 정의흥희린갈(碣) 등의 글을 썼다.

『동국금석평(東國金石評)』에는 모든 글씨체에 숙달되기는 하였으나 속되다고 평하였다. 그로부터 사자관체(寫字官體)라는 서체가 형성되었고, 이러한 서체를 중국에서는 간록체(干祿體)라 한다.

- 참고문헌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24권, 한국정신문화연구원